야간 단독 산행... | |||||||||
당신이 산악인이라면 | |||||||||
지금까지 자신의 삶에서 가장 앞선 화두가 단연코 山이라고 말 할 수 있는가? | |||||||||
산은 도대체 무엇이며 우리는 왜 산에 가는가? | |||||||||
다들 이런 생각을 한 두 번씩은 해 보았으리라 생각된다. | |||||||||
그 옛날 영국의 유명한 등산가 조지 말로리(George Mallory)는 산에 왜 가느냐고 물었을 때 | |||||||||
산이 그 곳에 있기 때문에(Because it is there)라는 함축된 말로 표현했다고 한다. | |||||||||
이 말은 아주 다양한 뜻을 내포하고 있으며 등산을 다녀보지 않은 사람들은 쉽게 그 뜻을 | |||||||||
이해할 수가 없을 것이다. | |||||||||
이번에는 오랜만에 야간 산행을 하기로 마음을 정했다. | |||||||||
코스는 삼양교-진달래능선-중봉-가지산정상-가지산남서릉-백운산-백운산남동릉(5~6시간 코스) | |||||||||
아주 오래 전에는 야간 산행도 빈번하게 이루어졌으며, 어떤 날은 아예 솔로로 출발하여 | |||||||||
광활한 억새 평원에서 자리 하나 깔고 별이 쏟아지는 하늘을 이불 삼아 콧노래를 부르면서 | |||||||||
비박을 했던 적도 있었다. | |||||||||
그 시절에는 무작정 산이 좋았다. | |||||||||
나의 20년 시절 산에 대한 갈증을 그나마 달래줄 수 있는 것은 오직 술뿐이었다. 비단 나 뿐만 | |||||||||
아니라 80년대 후반을 풍미했던 울산의 산꾼들은 하나 같이 주당들이었다. 산과 술과 물은 | |||||||||
불가분의 관계라고 했을 정도이니...더 이상의 표현이 필요하겠는가? | |||||||||
이제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 소수를 제외하고는 그 시절의 산꾼들을 만나기가 쉽지 않다. | |||||||||
다들 어디로 갔을까? 여러 가지 이유로 이미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곳으로 배낭을 꾸려서 떠난 | |||||||||
산꾼들도 여러 명 있으며 아주 드물게 눈에 띄는 옛날 꾼들도 있으나 대부분 자주 산에 가지 | |||||||||
못하면서 살아가고 있는 것임에 틀림없다. 이유야 어찌 되었던 간에... | |||||||||
아이러니컬하게도 그 시절 나만큼 산에 심취하였던 내가 잘 아는 여러 명의 산꾼들은 | |||||||||
요즘 세속의 파도와 싸우느라 현재는 산에 거의 다니지 못하는 사람들도 여러 명 있다. | |||||||||
그렇지만 내가 아는 그 산꾼들은 언젠가 반드시 산으로 돌아 올 사람들이라는 것을 나는 안다. | |||||||||
나는 요즘에도 드물게 혼자 산행을 하곤 한다. | |||||||||
혼자 산에 가면 무엇보다도 좋은 점이 고독과 자유가 장점이다. 오랫동안 서클 활동을 해 본 | |||||||||
산꾼이라면 이 말이 무슨 말인지 쉽게 이해가 갈 것이다. 그러나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보니 | |||||||||
혼자만의 공간에 익숙하지 않아 불과 2~3일만 사람의 그림자를 보지 못하게 되면 이내 세속의 | |||||||||
휘황한 불빛이 그리워 진다. | |||||||||
옛날에는 홀로 야간 산행을 하다가 들 고양이의 새파란 눈 빛을 보고 혼비백산 했던 기억이 난다. | |||||||||
그 때는 정말 머리카락이 쭈빗 설 정도로 공포감이 들었었다. 그러나 그 때 다시 마음을 가다듬고 | |||||||||
그 파란 불 빛이 들 고양이란 것을 알고부터는 혼자 야간산행을 해도 별로 공포감이 들지 않았다. | |||||||||
나는 이제 가장 무서운 것은 자신의 내면 세계라는 것을 어렴풋이나마 알고 있다. | |||||||||
이것은 내가 오랫동안 대자연을 접하면서 배운 가르침 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. | |||||||||
불교의 사성제(四聖諦) 중에서 집성제(集聖諦)라고 하는 것이 있는데, | |||||||||
마음속의 번뇌와 갈등이 쌓여 고통이 생긴다는 뜻이라고 한다. | |||||||||
무섭다고 생각하면 한없이 무섭게 되고, 무섭지 않다고 생각하면 또 무섭지 않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. | |||||||||
칠흑같이 캄캄한 산 길을 헤드랜턴으로 비추고 가다 보면 문득 누가 뒤에서 따라오고 있는 것 같은 | |||||||||
느낌이 들 때가 있다. 뒤 돌아 보면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뒤 돌아 본 기억들이 | |||||||||
모두 있을 것이다. 그것은 바로 자신의 생각에 대한 집착에서 오는 것이다. | |||||||||
쉽지는 않겠지만 산중에 들어 서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 속세의 번뇌를 잊어야 한다. | |||||||||
그렇지 않으면 제 아무리 야간 솔로 산행이라 할 지라도 행복감을 느끼지 못 할 것이다. | |||||||||
자연 속으로 들어서서 무념, 무상, 무소유의 정신세계를 경험 했다면 당신은 이미 대자연의 | |||||||||
섭리를 한 가지 터득했다고 할 수 있다. | |||||||||
나 홀로 밤 인적 없는 산 길을 걷다가 문득 道하나 얻으면 그보다 더 좋을 것이 또 어디 있겠는가? | |||||||||
자연속에서 몸과 마음속의 먼지를 훌훌 털고 무념, 무상, 무소유의 마음가짐으로 대자연과 동화되어 | |||||||||
어느 날 문득 산길을 걷다가 작은 이름 모르는 야생화와 풀 한 포기, 나무 한 그루가 소중하고 아름답게 | |||||||||
보이기 시작하는 날이 되면 당신은 산 길에서 대자연의 영혼들과 조우할 수 있으리라... | |||||||||